알림

chapter 1 :시작

의성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저는 의성군 안계가 고향입니다. 요리라는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건 스무 살을 넘기고 나서였어요. 요리전공으로 학교에 들어가 공부했고, 호텔업이나 외국에서의 외식 관련 실무를 경험하며 실력을 쌓아갔습니다. 취업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계속 현장을 오가다 보니 어느 순간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20대 후반쯤, 잠깐 쉬자는 마음으로 고향인 의성에 내려오게 되었죠.

그런데 운명처럼, 그 시기에 의성에서 진행하는 청년 창업 프로그램(청춘구 행복동)을 알게 되었어요. 쉬면서 참여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그 경험이 저에게 더 많은 자극과 가능성을 안겨주었죠. 창업에 대해 더 깊이 배우고 다양한 체험을 하며 ‘이제는 나만의 요리를 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현재는 본가의 가업을 잇는 마음으로 3대째 ‘위천추어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chapter 2 :삶과 일

위천추어탕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에요. 저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직접 운영해본 경험이 있고, 지금은 전통 한식인 추어탕을 매일 끓이고 있죠. 단순히 전공으로서가 아니라, 요리는 제게 가장 익숙하고 애정이 깊은 언어예요.

‘위천추어탕’의 가장 큰 차별점은 경상도식 추어탕의 담백함입니다. 일반적으로 추어탕 하면 들깻가루가 들어가 텁텁하고 진한 맛을 떠올리실 텐데, 저희는 들깻가루를 전혀 넣지 않고, 맑고 개운한 국물 맛을 내요. 오히려 육개장 같은 느낌에 가깝죠. 향신료도 최소화하고, 기본 재료만으로 맛을 내는 방식이라 처음 드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기실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큰 강점은 재료의 신선함이에요. 미꾸라지는 매일 아침 살아있는 걸 삶아서, 그날 다 사용하고 소진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만큼 비린 맛도 없고 깔끔하죠.

이 식당은 저희 할머니 때부터 이어져온 곳이에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거쳐 지금은 제가 운영하고 있는데, 그만큼 오래된 단골분들도 많으세요. 어떤 분은 젊은 시절 자전거 타고 오시던 분이 지금은 지팡이를 짚고 오실 정도로 오랜 세월 함께해주고 계시고요. 그렇게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추어탕집이라는 게 저희만의 자부심입니다.

의성에서의 삶은 어떠신가요?

창업 초기에는 정말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그만큼 즐거움도 컸어요. 저희끼리 일 끝내고 "오늘 대구 가자!" 하고 우르르 모여 먹으러 다니고, 1박 2일 여행도 자주 떠났죠. 크리스마스 파티, 할로윈 파티도 하고, 방어 잡으러 가고… 정말 에너지가 넘치던 시절이었어요. 지금은 그때만큼의 열정은 아닐지 몰라도, 그 시절을 이곳에서 즐길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같이 요리하고, 시간을 보내는 걸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지금도 종종 모임을 만들고, 함께 여행을 기획하고 있어요. 의성이라는 시골에서 단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들이 생긴다는 게 참 소중합니다.

chapter 3

의성에서 어떤 꿈을 꾸고 계신가요?

지금까지는 ‘위천추어탕’을 단순한 식당의 개념으로 운영해왔다면, 앞으로는 이곳을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현재 손님들은 주로 입소문을 통해 오시고, 대구나 구미, 심지어는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만큼 저희만의 맛과 정서가 분명히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제는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또 정체성 있게 전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위천추어탕'을 본점으로 유지하면서, 도시 지역에 분점을 여는 것을 계획 중이에요. 물론 단순히 가게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저희 가게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철학, 조리 방식까지 브랜드의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그에 맞는 디자인과 공간, 경험을 함께 담아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요.

더 나아가서는 이 추어탕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경상도의 식문화와 가족의 역사, 그리고 지역의 따뜻한 감성까지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되기를 바랍니다. 언젠가는 ‘위천추어탕’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단지 추어탕집이 아니라 "아, 거기 진짜 정성 있는 집이지"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브랜드를 키워가고 싶어요. 그리고 이 브랜드가, 다시 의성이라는 지역을 알리는 하나의 창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